top of page
KakaoTalk_20210812_164837755_01.png
KakaoTalk_20210815_232637901_01.png
흰색 정사각형.png

 

Dry Flower

​여은

 

 

 

안녕하세요

기억을 지워준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어떤 기억이냐고요?

 

아… 제 기억은 아니고

 

제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별 일 아니어도 다정하게 반응해주고

가끔은 엉뚱한 장난으로 저를 웃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형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게 고통스럽대요

 

저는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부탁드리러 왔어요

 

형의 기억속에서 저를 지워주세요

 

 

.

.

 

 

최성윤이 도서부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밥을 늦게 먹어서

 

도서관은 점심, 저녁시간 시작할 때부터 끝나기 20분 전까지 문을 연다. 그래서 도서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밥을 늦게 먹게 됐다. 최성윤은 딱히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늦게 먹으면 다른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먹어도 되는게 좋았다. 그래서 도서부에 들어왔다

 

띠링-

 

[캘린더 알림] 히트사이클 2주 전

 

그냥

같이 다니는 사람이 없는 게 마음이 편했다

 

.

.

 

이장준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중이다.

 

[Web발신] 10318 이장준 토론동아리 최종 면접에 합격하신걸 축하드립니다! 3/5일 5시 반에 소회의실에서 OT가 있을 예정이니 참석 부탁드립니다 -토론동아리 부장 000-

 

이 문자를 받고 좋아하는게 아니었는데

‘대학 잘 가려면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생활기록부 빵빵하게 채워 놓아야 한다’ 라는 말을 듣고 빡센만큼 생기부 잘 써준다는 토론 동아리에 덜컥 입부 신청서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하필이면 이장준은 어디가서 뒤지지 않는 입담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3:1의 경쟁률을 뚫고 면접까지 통과했다

다음주까지 해야 하는게…

조원들이랑 상의해서 토론 주제 정하고 찬반 나누고 주장 뒷받침하는 근거 찾아서 정리하고….

이 와중에 조원들 중 하나가 러트 기간이랑 겹친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이 배로 늘어났다는 사실이  이장준을 더 착잡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왕 하는거 기깔나게 준비해가서 동아리 활동 때 잘 하는게 낫지 하는 마음으로 이장준은 토론 주제 찾아보러 지친 몸을 도서관으로 끌고 갔다.

 

야 나 오늘 밥 같이 못 먹어

왜? 너 다이어트 하려고?

아니ㅋㅋㅋㅋ 동아리 때문에 점심시간에 도서관 가야 돼

너 그러면 점심 안 먹어?

몰라 조사 일찍 끝나면 먹을 수는 있겠지

수고해라ㅋㅋㅋㅋㅋ

 

다시 생각해봐도 토론 동아리를 들어오는게 아니었다

 

 

기역…. 184번….

순서대로면 이 자리에 책이 있어야 하는데

 

저기..

네?

책을 못 찾겠어서요... 같이 찾아주실 수 있나요?

아… 잠시만요

 

이 책은 이미 다른 사람이 빌려가서 대출이 불가능해요

그러면 언제 대출할 수 있을까요?

다음주 월요일까지 반납이라서 그날 점심시간에 오시면 빌릴 수 있을거에요

감사합니다

 

아, 저기 도서관 몇시까지 열어요? 점심시간에는 12시 55분까지 열어요. 지금이 53분쯤 됐으니까 곧 문 닫겠네요. 그렇죠? 점심 드셨어요? 아니요 지금 먹으러 가려고요. 그러면 같이 먹을까요? 점심이요? 네! 저도 아직 못 먹어서. 아… 네

 

 

최성윤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중이다

 

내가 왜 처음 보는 애랑 같이 밥을 먹고 있지

 

저는 1학년 이장준이에요!

저는 3학년 최성윤이에요

오 뭔가 저보다 형일 것 같았는데 맞네요

…형일 것 같았어요?

아니 그냥 분위기가 뭐라고 해야 하지 나이가 많아보인다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나 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든다 했더니만

 

그런데 왜 이렇게 밥을 늦게 먹어요? 1학년은 밥 일찍 먹지 않아요? 저 동아리 때문에 늦어져서… 동아리요? 네 저 토론 동아리거든요. 근데 자료 조사할 시간이 점심시간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밥을 늦게 먹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제대로 준비해서 활동 잘 하면 뿌듯하지 않아요? 맞아요 그래서 버티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제 친구들 중에서 토론 동아리 들었던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힘들어도 나중에 도움 많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진짜요? 그랬으면 좋겠다

 

최성윤은 ‘토론 동아리 들었던 애들 말 들어보면 다 한번씩은 퇴동 생각했대요’ 라는 말은 그냥 목구멍 속으로 꾹 삼켰다

 

.

.

 

안녕하세요~

오늘도 왔네요?

어, 형 오늘도 도서관 당번이에요?

원래는 아닌데 오늘 당번인 친구가 못 나온다고 해서 대신 나왔어요

 

그러면 원래는 언제 당번이에요? 수요일이랑 금요일이요. 그러면 수요일이랑 금요일에 밥 같이 먹을래요? 어차피 저도 자료조사하러 점심시간에 계속 와야하는데 혼자 밥 먹기 싫어서요

 

최성윤은 바로 어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근데 제가 원래 다른 사람이랑….”

 

그래도

 

“…그래요 그러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러면 내일 점심시간에 올게요 형”

 

.

.

 

“1학년인데 엄청 바빠보이네요 거의 매일 도서관에 오고”

“그래서 지금 퇴동할까 생각중이에요… “

 

이장준은 자신의 식판에 놓인 김치를 젓가락으로 다소 과격하게 찢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무슨 주제로 토론하길래 자료를 이렇게 많이 찾아요? 형질이랑 인권에 관한건데 예민한 주제다 보니까 조사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서 계속 찾아보고 있어요. 인권이요? 네. 알파나 오메가 억제제 가격 차이 나는 것도 그렇고 취업시장에서도 그렇고 아직도 차별하는게 보이니까요. 아… 그러면 장준… 장준씨..? 장준이?

아니면 말 놓을래요? 저보다 형이니까. 그럴까? 네 좋아요! 아니면 장준아 너도 말 놓을래? 성윤아! 라고 부르는 것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 저는 그냥 존댓말 쓰는게 더 편해서요. 너 그러면서 중간중간에 은근슬쩍 말 놓더라? 제가요? 에이 그럴리가. 지금도 말 놨네.

형 오늘 계란말이 진짜 맛있지 않아요? 이따가 하나 더 받아올까요? 말 돌리지 말고. 들켰네. 까분다 이장준. 형 이제 저 편해졌죠. 그런 것 같네ㅋㅋㅋ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오늘 비가 오려나…

저 우산 안 챙겨왔는데. 오늘 비 온대요?

아니 비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냄새나요?

응. 내가 냄새에 민감하거든. 비 냄새 나는 것 같다 싶으면 그날이나 다음날 비가 오더라고

아… 엄청 민감하구나

근데 별로 좋지는 않아

 

향에 민감해서 좋을게 없다. 이 말을 너는 이해하려나

아니면 아예 이해할 필요가 없으려나

 

.

.

 

이상하네

원래 같으면 그저께나 어제 비가 왔어야 하는데

 

최성윤은 도서관 대출반납 전용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한다

오메가라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항상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살아와서 그런지 이런 예감이 틀린 적이 없었는데 피곤해서 그런가

 

잠시 멍 때리며 책장을 응시하던 최성윤은 허리께부터 시작해서 뒷목까지 묘하게 익숙하고 불쾌한 감각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캘린더] 히트사이클 1주전

 

아직 히트사이클 올 때가 아닌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주기가 변한건가? 보건실에 갔다와야 하나?아직 도서관 문 닫으려면 30분이나 남았는데 잠깐 문 잠그고 갔다올까? 어떡하지? 가는 길에 알파랑 마주치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동안 좁은 공간에 장미 향이 점차 퍼져나갔다

옅은 붉은 빛의 향기를 내뿜던 장미는 점차 검붉은 빛의 향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열감이 차오를수록 장미는 얼기설기 얽히며 크기를 키워갔다. 버석하게 마른 향을 내뿜는 꽃잎의 향기에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를 악 물고 버티려고 할수록 줄기에 박힌 가시가 열기로 축축해진 몸을 찔러왔다. 허억, 숨을 들이쉬며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향기에 파묻혀 수많은 장미를 심어 놓은 장미 정원에 점점 더 깊숙이 갇히는 느낌이었다.

일단, 일단 누가 들어오기 전에 문을 잠가야 하는데…

 

숨이 모자라,

숨막혀,

어지러워,

 

 

“성윤이형!”

 

순간적으로

 

“형 무슨 일 있… ”

 

좁은 공간에 퍼진 비 냄새에

 

“성윤이형…? “

 

장미 정원에 갇혀서 막혀있던 숨이 터져나왔다

 

 

 

 

장준아,

형 지금…

이장준,

 

이장준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으니 시원한 비 냄새가 폐부를 가득 메우며 호흡이 안정되는 동시에 몸이 더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손을 조심스럽게 최성윤의 등에 올리고 토닥거리던 이장준의 비 냄새가 조금씩 강해졌다. 형, 지금 보건실 가야…

 

조금만… 조금만 있다가…

하…

 

바들거리며 불안정한 호흡을 내뱉는 최성윤의 턱을 조심스럽게 붙든 이장준이 더운 열기로 가득 찬 입안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었다

 

 

.

.

.

 

 

….준…

야 이장준!

아! 아, 어.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해? 우리 지금 안 하면 내일까지 토론 자료 정리 못 끝내

어, 그렇지

너 괜찮아? 왜 이렇게 얼빠져있어

아니야 괜찮아

 

‘오늘 비가 오려나…’

‘아니 비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하…

오늘은 점심 같이 못 먹는다고 할까

 

.

.

 

장준아, 애들이랑 자료 정리는 잘 했어?

네? 아, 네

오늘은 비가 올지 말지 모르겠네

네?

비 냄새가 나기는 하는데…

헷갈리네

 

 

…같이 밥 먹지 말자고 할 걸 그랬다

 

 

장준아 오늘 비 온대

…?

아니 진짜로 비 온대ㅋㅋ 일기예보에서 봤어

저 오늘 우산 안 챙겨왔는데...

나 있는데 이따가 같이 쓰고 갈래?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수업 끝나고 형 교실로 와

고마워요 형

 

근데 너는 좋겠다. 왜요? 그냥… 페로몬이 눈에 안 띄잖아 그래서 숨기기도 쉽고. 나는 그게 안돼서 가끔 불편하더라고

 

형, 혹시 향수 좋아해요?

향수? 싫어하지는 않는데 지금 쓰는 향수는 없어.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6716번이랬지? 곧 도착하겠네

형은 버스 안 타요?

나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해. 원래 기숙사 들어가려고 했는데 떨어져서. 어! 버스 왔다

고마워요 형 조심히 들어가요!

내일 봐!

 

최성윤이 차창 너머로 본 이장준은 버스 맨 뒷자리에 탄 후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중이었다

 

맨 뒷자리 타는걸 좋아하나 아니면 오늘만 그냥 탄건가

아까 우산에서 너무 급하게 나갔나 어깨 부분이 다 젖었네

아니면 둘이 쓰기에는 우산이 너무 작았나

다음에는 조금 더 큰 우산으로 들고 와야겠다

그나저나 뭘 저렇게 열심히 적는걸까

내일 물어보면 대답해주려나

 

‘형 잘가요!’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이장준이 자신을 보고 있던 최성윤을 향해 손을 흔든다

 

.

.

 

성윤이형

응?

오늘은 밥 다 먹고 잠깐만 저희 교실에 올래요?

1학년 교실? 갑자기 왜?

잠깐 줄게 있어서요

뭔데?

이따가 밥 다 먹고 알려줄게요

그래ㅋㅋ

 

 

나 1학년 교실 진짜 오랜만에 와봐. 하긴 그렇겠네요. 나 조금 민망한데..? 괜찮아요 아무도 형 3학년인거 몰라요. 너는 알았잖아. 저요? 제가 언제…. 처음 만났을 때 형 같았다며. 그때요? 아 그건 그냥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던거고ㅋㅋㅋ 아, 잠시만요

 

이거요

이게 뭐야? 향수?

네. 아예 장미향 향수를 뿌리고 다니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아예 평소에도 장미향 향수를 뿌리고 다니면 페로몬이라고 의심받는 일이 덜 하지 않을까 해서 그냥… 사실 저도 이런걸 처음 사봐서 이게 형이랑 잘 맞는지 잘 모르겠는데 괜찮아요? 만약에 별로라고 하면 굳이 쓸 필요는 없고….

 

어제 계속 노트에 적으면서 고민하던게 이거였나

 

갑자기 말이 왜 이렇게 많아졌어ㅋㅋㅋ

아니 괜찮나 해서요… 오히려 장미향 쓰는게 더 부담될까봐…

좋은데?

진짜요?

어. 향수를 쓸 생각은 못했는데 아이디어 좋다

다행이다

고마워 장준아. 잘 쓸게

 

근데 장준아 이거 향 진짜 좋다

 

해사하게 웃는 성윤이형한테서 내가 선물한 향이 난다는 건 생각보다 기분이 좋은 일이구나

어제 그렇게 고민한 보람이 있네

이장준은 생각했다

 

.

.

 

너 그거 알아? 어떤거요? 너 기분 좋으면 엄청 시원한 비 냄새 나. 진짜요?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싫다는게 아니라 그냥 신기해서. 뭐 형이 좋다고 하면 좋은거죠. 너 이제 형 편하지. 아니요? 아니 제 말은 불편하다는게 아니라 만만하게 보는게 아니다 이 뜻이죠 제가 형을 우습게 보는게 아니라- 알았어ㅋㅋㅋ 아 형. 응? 저 오늘도 우산 안 챙겨왔는데. 장준아 내가 우산을 하나 사줄게. 오늘까지만 빌리고 다음부터는 진짜로 챙겨올게요. 장준아 매점가서 우산 사오자

 

 

형 오늘 우산 사준거 제가 꼭 갚을게요

갚기는 뭘 갚아 그냥 써

고마워요

너는 나한테 향수도 사줬으면서

그거랑 이거는 다르죠

여튼 집에 조심히 들어가

 

 

 

 

 

최성윤은 생각했다

이 때 이장준을 따로 보내지 말아야 했다고

 

 

형 조심히 들어가요!

너도!

 

 

내가 우산을 사주지 않았다면

같이 횡단보도를 건넜다면

이장준이 혼자 횡단보도를 뛰어가지 않았더라면

자동차가 빗길에 미끄러지지만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이장준!!!!”

 

사고가 날 일도 없었을텐데

 

“꺄악!!!!”

“여기 119 불러주세요!”

 

비에 젖어 진노랑색으로 변해가던 교복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장준..?”

 

최성윤의 폐부에 축축한 비 냄새와 함께 비릿한 피 냄새가 섞여 들어갔다

 

 

.

.

 

 

학교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1학년 3반에 어떤 애가 죽었다고

아니, 어떤 사람은 의식불명이 됐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차에 치여서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이야기한다

 

이 소문 중에서 어떤 소문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얘들아 여름방학이라고 들뜬거 아니지 너희 고삼이다. 학교랑 가까운데 사는 애들은 나와서 자습하고 본가 멀리 있는 애들은 못나와도 꾸준히 자습하고. 그리고 이건 여름방학 방과후 신청서니까 각자 잘 살펴보고 원하는거 있으면 내일 점심시간까지 회장한테 신청서 제출해라”

 

글쎄

내가 온전한 정신으로 방학을 보낼 수 있을까 장준아

 

이제 혼자 밥 먹는 것도 어색하고

도서관에 가는 것도 힘들고

비 냄새만 맡아도

샛노란 교복이 붉게 물들어가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그리고 올 여름 장마는 유난히 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까 조심하고”

 

괜찮을까

 

“다들 공부 열심히 하고 개학하고 보자”

 

장준아

 

 

 

.

.

 

 

 

안녕하세요

기억을 지워준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어떤 기억이냐고요?

아… 제 기억은 아니고

 

제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별 일 아니어도 다정하게 반응해주고

가끔은 엉뚱한 장난으로 저를 웃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형의 기억 속에 남아있어서 힘들어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사고를 당했었거든요

그런데 하필 그 날 비가 와서…

 

지금은 괜찮냐고요?

아 지금은 다 나아서 괜찮아요

물론 사고당하고 입원해서 몇 바늘 꼬매기는 했는데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형은 괜찮은 것 같지 않더라고요

제가 사고당한 것 때문에 비에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많이 무서워한다고 하더라고요

 

제 향이 비 냄새인데 이 향만 맡아도 힘들어할거에요, 아마

 

성윤이 형 생일때면 장마 기간일텐데

앞으로도 계속 비가 올때마다 힘들어할텐데…

 

 

저는 형이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부탁드리러 왔어요

 

성윤이형의 인생에 다시는 비가 내리지 않도록

저를 형의 기억 속에서 지워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최성윤님 상담실로 들어와주세요”

 

이름 최성윤

성별 남

나이 21

가족관계 부모님, 누나, 본인

특징 비오는 날을 무서워 함

 

 

“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어서 오셨다고요?”

네. 비를 무서워하는데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특이하네요… 트라우마는 명확한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트라우마의 원인을 알고 있거든요. 그 원인을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러면 아무것도 기억나는게 없는건가요?”

 

음… 그냥 비 냄새 특유의 비릿함이 소름끼치더라고요. 그리고 불쾌한 감정도 들고. 그것 말고는 기억나는게 없어요

 

“옛날부터 비를 무서워했나요?”

옛날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원인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 공포스러운 기억이라 뇌가 스스로 그 기억을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

그러면 그 기억을 찾아내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이 많이 고통스러울 수는 있지만 최성윤님이 극복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해요.”

알겠습니다. 해볼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Dry Flower

KakaoTalk_20210815_232637901_01.png
KakaoTalk_20210821_191534380_02.png
© 2021. Summer Raspberry Wine.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